적어도 최소한 3년은 머물리라고 생각했던 회사였다.
나름대로 작년 12월 면접볼 때만해도 이곳에서 뭔가 이룰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만큼 가능성이 많은 곳이라고 생각했고 기대가 컷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가 못했다.

여러가지 구조적인 문제와 현상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 채 당장 눈 앞에 있는 것을 놓치지 않으려고 밀고 나가는 사업주와 말없이 따라가는 간부급 직원들을 이해하기에는 나의 짧은 사회생활로서는 터무니 없이 부족했다. 나는 내 분야에 대해서 좀 더 배워야 할 필요가 있었고 더 나은 멘토가 필요했다. 그러나 직장 속에 그런 기회와 존재가 부재했고 결국 이런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어쩌면 먼 훗날 오늘을 추억할 때 후회하게 되지는 않을까 싶기도 하다. 하지만 그런 일이 없도록 최선을 다해서 살아야 할 것이다.

물론 그럴 일은 없겠지만서도 혹시 나중에 내가 사업을 하게 된다면 아마 지난 1년간의 경험은 큰 밑거름이 될 것이다. 그리고 그동안 만난 사람들은 잊지 못할 게 분명하다. 나와 이야기를 많이 나눴든 안 나눴든 간에 나는 그들의 모습을 통해서 세상을 바라보았고 느꼈기 때문이다. 앞으로 또 어떤 사람들을 만나고 어떤 일들을 하게 될지 알 수는 없지만 역시 또 나는 실망하게 될 것을 알면서도 기대를 한다.
좀 더 열심히 할 걸이라는 후회가 마음 한 켠에 들면서도 또 다른 한 켠에는 후련함과 홀가분함이 자리잡고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맑은 날, 흐린 날, 비오는 날, 눈오는 날...
2호선 지하철 역에서 내리자 마자 뛰어왔던 길과 청계천, 피아노 거리, 계원빌딩, 주차장, 엘리베이터, 화장실, 옥상, 사무실... 어느 곳 하나 정들지 않은 곳이 없다. 먼 훗날 흐려진 영상처럼 떠오르게 될 그곳들을 떠올릴 때마다 눈 앞이 흐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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