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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 진화론
우메다 모치오 지음, 이우광 옮김/재인

제목을 보자마자 확 끌어당기는 유혹에 못 이겨 서점으로 달려가게 만들었던 책이다. 막상 서점에서 진열된 것을 보면서 솔직히 좀 꺼림칙했던 것은 IT분야 서적이 아닌 경제이론서로 구분되어졌다는 것이었지만 읽어보고 난 후에는 안 읽었으면 후회했을 거란 생각도 들었다. 어쩌면 웹진화론이라는 제목보다는 실리콘밸리에서 일하는 저자가 느낀 IT업계의 동향과 미래 그리고 같은 분야에서 일하고 있는 자기 나라 기업 경영인들에 대한 호소 및 푸념등을 담고 있다. 마치 세상은 이렇게 변해가고 있는 데 언제까지 그렇게 갇혀 있을 거냐는 식으로 저자의 답답한 마음을 느낄 수 있다.

저자는 오랜 기간 실리콘밸리에서 일하면서 많은 것을 배웠고 느꼈으며 이제 그것을 자기 나라 일본의 후배들에게 전수해주고 싶은 간절함을 담고 있다. 또한 그 나이 그 경력이면 충분히 누릴 수 있는 기득권을 포기한 채 젊은이들과 함께 달려가려는 모습이 정말 이 시대가 요구하는 리더상은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든다.

지금까지 불과 몇 년 만에 변해버린 인터넷 세상은 앞으로 어떤 모습으로 진화할 지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다. 지금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는 구글도 언제 어떤 기업에 의해서 역전 당할 지 아무도 모르는 것이다. 그럴 가능성이 갈수록 높아져가는 세상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저쪽 편'과 '이쪽 편' 양쪽을 볼 수 있어야 한다. '인터넷'과 '치프혁명' 그리고 '오픈소스'로 이뤄지는 '저쪽 편'을 보려고 하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이에 반해 인터넷의 '저쪽 편'이란 인터넷 공간에 떠 있는 거대한 정보발전소이자 가상 세계다. 정보발전소에 부가가치 창조 시스템이 만들어지면, 인터넷을 통해 균질한 서비스가 전세계에 제공된다. 구글을 비롯해서 아마존, e베이, 야후 등 미국 인터넷 기업들의 세상인 '저족 편'의 발전은 손으로 만질 수 있는 '이쪽 편'의 발전과는 다르다. 눈에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저쪽 편 세상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파악하기가 힘들다. 미국에서는 컴퓨터 과학 분야의 정상급들이 모두 '저쪽 편'에 정보발전소를 구축하고 재능을 발휘하고 있다. 이 영역은 미국의 독무대다.

제2장 구글Google, 지식 세계를 재편하다, 2 인터넷 '저쪽 편'의 정보발전소, 인터넷 '이쪽 편'과 '저쪽 편'의 차이 중에서...

물론 미래의 모습이 저자가 말하는 대로 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의 논리와 주장이 매우 근접해 있다는 생각이 든다. 아마도 책을 읽으면서 그의 논리와 주장에 설득 당했기 때문인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그는 마지막 부분에서 후배들을 위해 아래와 같은 따뜻한(?) 충고를 한다.

앞으로는 다양한 분야에서 학습의 고속도로가 건설되어 전체적인 수준이 높아질 것이다. 그러나 일정 수준에 도달하는 사람이 많은 한 편으로, 그들이 고속도로 종점까지 달려오며 여태까지 얻은 능력은 하찮은 것이 되어버릴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단번에 고속도로 종점까지 달려온 사람들은 앞으로 어떤 식의 삶을 살아야 할까. 젊은 세대는 특히 이 문제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젊은이들은 자신이 나가아가려는 세계에 이미 고속도로가 건설되어 있는지 여부를 고속도로에 진입하기 전에 미리 생각해야 한다. 고속도로 어느 부분에서 정체가 빚어지고 있는지도 알아봐야 한다. 고속도로 대신 일반 도로로 달리는 세계, 혹은 아직은 발전이 뒤처진 새로운 세계로 진입하는 것도 선택 방안 중 하나다.

제6장 웹진화와 세대교체, 1 인터넷 보급에 의한 학습의 고속도로와 대정체, '대정체 시대'를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중에서...

과연 나는 그가 말하는 젊은 후배 축에 끼는지 모르겠다. 어쨌든 간에 그의 이야기에 충분한 공감을 하고 나 역시 어느 정체 부분에서 답답해 하고 있는 건 아닐까 싶다.

세상을 많이 아는 반면에, 새로운 것이나 경험하지 못했던 일에 대해 받아들이기가 힘들어지면 늙은 것이며 사람은 그냥 방치해두면 나이가 먹어감에 따라 보수적이 된다고 저자는 이야기한다. 따라서 저자는 의식적으로 젊음과 정열을 되찾으려고 노력하며 그러기 위해 45세의 그가 누릴 수 있는 기득권을 포기하고 작은 벤처기업에서 일하게 되었다고 한다.

MS진영에 소속된 웹 개발자인 나는 아직 누릴 만한 기득권이 없다. 더욱이 한국 상황에서는 저자가 말하는 실리콘밸리와는 다른 구조 속에 있으며 일본 만큼이나 아직 폐쇄적인 부분이 많다. 하지만 이 책 한 권이 나에게 던져준 질문은 무수히 많다. 그 질문들에 일일이 답할 수는 없겠지만 그 질문에 대한 대답을 고민하면서 살아가다보면 언젠가는 모든 질문에 대답하게 되는 날이 오게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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