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 해당하는 글 6건

1Q84

NOW(現)/Books 2009.09.22 17:36
1Q84 1 - 10점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윤옥 옮김/문학동네
1Q84 2 - 10점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윤옥 옮김/문학동네

책을 읽고 나면 항상 후기를 올려야 한다는 일종의 압박을 스스로에게 주곤 한다. 아니 어쩌면 후기를 써야한다는 의무감에 책을 읽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물론 한동안 그 의무감을 잊은채 책을 멀리했던 것 같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그런 나에게 다시 책을 집어들어 책장을 넘기도록 했다.

상실의 시대를 읽고난 이후로 무라카미 하루키는 그닥 호감을 주지 못하는 작가로 분류되어 버렸다. 그 이유인즉, 작품 전반에 깔린 허무주의가 가장 크지 않을까 싶다. 이번 작품에서도 상실, 공백 등 무언가 답답함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마치 탈출할 수 없는 독방에 갇혀진 느낌이랄까, 주인공들의 삶이 너무 우울하고 외롭고 비현실적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그러나 이번 작품에서 등장하는 작은 에피소드들을 엮어내는 기술은 정말 탁월하다고 생각한다. 시간과 여건만 된다면 아마 책을 놓지 않고 계속 읽었을 게 분명하다. 이번 작품은 마치 주제 사라마구의 <눈먼자들의 도시>를 떠오르게 했고, 이외수의 <괴물>을 떠오르게 했다. 비슷하다라기 보다는 무언가 현실의 문제를 적절하게 독자로 하여금 생각하게 만든다. 따라서, 다분히 철학적이다. 물론 조금은 지리하게도 느껴질 수 있는 부분들이 없지 않아 있기도 하다. 그에 비해서 결말은 흐지부지 끝내버린 거 같은 아쉬움을 준다. 어쩌면 그게 이번에 그의 작품에서 주고자 하는 매력인지도 모르겠다.

암튼 이전의 상실의 시대만 놓고 비교해봤을 때 결말은 허무로 끝나지 않는다. 더나은 미래를 암시한다. 물론 그것을 독자가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달린 거겠지만 그렇게 받아들이고 싶다. 그래야 아오마메의 죽음이 헛되지 않기 때문이다. 비록 그들의 만남은 아오마메의 바램대로 되지는 않았지만 말이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이나 음악이나 식물과 동물들, 어느 것 하나도 아무런 개연성이 없이 등장시키지 않는 치밀함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어떤 의미로 등장시키고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지까지도 파고 들자면 들겠지만 안타깝게도 그만한 능력을 갖고 있지 않다. 아마도 그렇게까지 작품을 분석할 줄 알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작품 속에 사용된 음악이나 소품들이 적잖이 작품을 접한 사람들에게 관심을 불러 일으키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과연 그 사람들은 그것들이 어떤 의미로 사용되어졌는지 고민을 해볼까 싶기도 하다.

혹시라도 이 작품이 영화화된다면 어떻게 묘사될까 궁금한 부분들이 있다. 주제 사라마구의 <눈먼자들의 도시>의 영화를 아직 보지 않은 것은 글로써 상상할 수 있었던 이미지들이 손상될까 싶어서였다. 어쩌면 손상이라기 보다는 비교할 수 있겠지만 말이다.

지금은 1984년도, 1Q84년도 아닌 2009년이다. 그리고 달이 하나인 세상에서 살고 있다. 그러나 소설 속의 주인공들처럼 현실과는 다르게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2Q09년에서 사는 사람들, 과연 어느 쪽에 사는 것이 옳고 그른 것일까? 대다수의 사람들이 사는 것이 진짜일까? 갈수록 사람들은 이런 철학적인 문제를 고민하지 않고 있다. 어쩌면 시간낭비일 수도 있는 문제들... 그러나 한 번쯤은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설명해주지 않으면 모른다는 것은 설명해줘도 모르는 거야.
작품 속에서 덴고가 아버지를 만났을 때 아버지가 한 말이다. 그 이후로 계속 반복해서 등장하는 문장 중에 하나인데 하루키가 작품을 통해 강조하고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가 아닐까 싶다. 세상을 살다보면 설명해줘도 알 수 없는 일들이 너무나도 많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것을 설명해주지 않아서 모르는게 아니라 고민하고 생각하지 않으려고 하기 때문에 모르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결국 그는 작품 속에 등장하는 사건들에 대해서 어느 정도 이상 자세하게 설명하지 않는다. 그것은 독자가 고민해야할 몫이란 뜻이 아닐까 싶다.

좋은 작품이기는 하나 그저 단순히 읽어버리기에는 너무나 많은 것을 담고 있는 작품이다. 한편의 스릴러와 공포영화를 본 듯한 느낌을 가질 수도 있고 때문에 기분이 나빠질 수도 있는 작품이다. 때문에
이 책을 누군가에게 읽어보라고 추천하기는 좀 주저하게 된다. 하지만 읽는다는 것을 만류하지는 않을 것 같다. 자칫 정신건강에 해로울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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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러멜 팝콘

NOW(現)/Books 2008.06.26 09:48
캐러멜 팝콘 - 10점
요시다 슈이치 지음, 이영미 옮김/은행나무

CGV에서 영화 볼 때 팝콘을 먹게 되면 항상 달콤한 맛을 주문하게 된다. 언제부턴가 나도 모르게 중독이 된 것 같다. 하지만 캐러멜 팝콘만 먹으면 너무 달아서 쉽게 질려버리고 만다. 근데
이 책은 제목과는 다르게 캐러멜 팝콘처럼 달콤한 이야기를 담고 있지 않다. 그리고 쉽게 질리지도 않는다.

처형이 빌려줘서 읽게된 이 책은 내가 처음 읽는 요시다 슈이치의 작품이었다. 다 읽는데 일주일이 채 걸리지 않은 듯 하다. 역시 소설은 다른 장르의 책에 비해서 책장이 빨리 넘어간다. 어쩌면 요시다 슈이치의 원작을 제대로 우리말로 옮긴 이영미 번역가의 노고탓은 아닐까 싶기도 하다. 어쨌든 요시다 슈이치의 다른 작품을 읽어볼까라는 생각이 들게끔 하는데 성공했다는 생각이다.

신도 레이, 오지 나오즈미, 오지 게이코, 오지 고이치, 이렇게 네 명의 인물 각각의 시각으로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특이하게도 이 소설은 어떤 클라이막스라는 부분이 없이 처음부터 끝까지 평탄한 구조를 가지고 있는 듯 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책을 손에서 놓기 아쉽게 만드는 무언가가 있다는 게 중요하다. 어쩌면 요시다 슈이치의 작품들이 전부 그런 것은 아닐까 궁금하기도 하다.

네 명은 각각 나름대로 고민하는 그 무엇이 있는데
신도 레이는 일하는 것에 있어서, 오지 나오즈미는 자신의 출생의 비밀에 대해서, 오지 게이코는 남편 모르게 만나는 옛남자에 대해서, 고이치는 친구 다나베에 대해서 봄, 여름, 가을, 겨울마다 달라지는 그들의 생각을 엿보는 재미가 나름 쏠쏠하다. 마지막 부분에 게이코가 고이치에게 자신이 없다고 하니깐 고이치 역시 자신 없다고 하는 부분에서 이 소설 전반적으로 자신감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 있지 않는가라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그러고 보니 나 역시도 자신없는 부분이 많다. 물론 신앙생활을 함으로써 많이 회복되어 지금의 모습까지 왔지만 여전히 과거에 사로잡혀 자신감을 저당잡힌 부분이 적지 않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극복해내지 않으면 결국 발전은 없는 거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자신감 내지 자존감의 회복은 나의 노력으로 되는 것도 시간이 흐른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철저하게 나의 존재에 대한 이유와 목적을 분명히 하는데 있다고 본다.

간만에 좋은 소설 한 편을 읽도록 기회를 준 처형과 처형을 만나게 해준 아내에게 고맙다. 무엇보다 이런 소중한 관계를 맺도록 해주신 그분께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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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돈나

NOW(現)/Books 2008.05.19 11:40
마돈나 - 10점
오쿠다 히데오 지음, 정숙경 옮김/북스토리

이 책에서는 공중그네랑 면장선거에 등장했던 이라부 선생은 나오지 않는다. 대신 주인공 스스로 상처를 치유하고 문제를 해결해 나간다. 이라부 선생처럼 과격하거나 상식을 벗어나지 않고 주인공들은 알아서 극복한다. 그래서 더 친근하게 다가오기도 한다.

일본이라는 문화적인 차이가 있을 수도 있지만 30대 중반을 넘어 과장급에 있는 사람, 특히 남자들의 공감을 불러 일으키는 이야기 다섯 편이 실려있다.

오쿠다 히데오의 소설은 읽으면 읽을수록 이야기가 어떻게 전개될지 대충 감이 잡힐 정도로 단순하지만 계속 읽을 수 밖에 없는
독특한 마력 내지는 중독성을 가지고 있다. 현실과 괴리감이 느껴질 만큼 비일상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지도 않고 흔히 부딪힐 수 있는 문제와 그만의 해결책을 은근히 제시하고 있다.

책을 다 읽어 갈 즈음 그의 신작이 출간되었다는 소식을 접했는데 사고 싶어서 손이 근질근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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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카노네 고만물상
가와카미 히로미 지음, 오유리 옮김/은행나무
공짜로 주어지는 책은 재미가 없다는 편견을 산산조각 내버린 책 중에 하나가 되었다. 솔직히 재미거리 내지는 흥미거리를 원한다면 이 책을 읽지 말라고 하고 싶다. 추천한 나를 욕할 테니 말이다. 이 책은 독자를 확 끌어당기는 어떤 힘이 있거나 자극적인 무엇을 담고 있지도 않다. 그냥 나카노네 고만물상에서 일하는 사람들과 그 곳에서 파는 물건과 연관된 사람들의 이야기가 잔잔하게 히토미의 시선을 통해서 그려질 뿐이다. 하지만 심심하게 느껴질지도 모르는 그 이야기 속에서 사람이 사는 냄새를 맡을 수가 있다. 마치 고만물상에 들어서서 그들과 함께 이야기하고 웃고 즐기는 느낌을 가질 수가 있다.
다케오와 히토미의 어설픈 사랑이야기나 고만물상 주인 나카노와 그의 누나 마사요의 특이한 성격 등이 평범한 일상에서 벗어나지 않고 바로 내가 살고 있는 옆집 이야기처럼 다가온다. 물론 일본이기 때문에 느껴지는 문화적인 차이는 배제하고 말이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이나 오쿠다 히데오의 소설만큼은 아니더라도 또 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베스트셀러가 될 가능성은 없어보이지만 말이다.

어쨌든 진짜로 나카노네 고만물상이 존재한다면 한번쯤 들려보고 싶고 마치 그곳에 가면 책을 통해 정든 나카노, 다케오, 히토미, 마사요 등을 만나게 될 거 같은 그런 친근함이 생기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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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의 노래 (タイヨウのうた, 2006)

아직 국내 상영관에서 개봉하지 않은 영화에 대한 감상평을 남기는 것은 어딘지 좀 어색한 면이 없지 않다. 정작 국내 개봉관에서 개봉하게 되면 직접 가서 보게 될지는 미지수이기 때문이다.

어쨌든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 (世界の中心で, 愛をさけぶ, 2004) 와 매우 유사한 불치병 소녀와 그 소녀를 사랑하는 한 남자의 이야기이다. 솔직히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는 영화보다 드라마가 더 감동적이었다. 어쩌면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원작 소설을 영화화한 다음에 만들어졌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태양의 노래도 현재 드라마로 방영중에 있다. 아직 드라마는 보지 못해서 영화보다 나은지 어떤지 모르지만 일단 영화만 놓고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역시 영화 줄거리는 생략한다. 이 영화가 맘에 들었던 것은 불치병에 걸린 소녀역을 맡은 배우가 노래를 직접 연주하고 부른다는 것과 다른 불치병 영화와는 다르게 눈물을 쥐어 짜내게 하는 부분이 없다는 점이다.

여배우 YUI가 부르는 노래와 장면들은 보는 이들로 하여금 감동하지 않을 수 없다. 곡을 누가 썼든지 간에 죽음을 앞둔 영화 속의 주인공이 부르는 노래는 개인적으로 큰 도전을 주기에 충분했다. 19살의 나이에 인생을 마감하면서도 당당한 모습이 아직도 살 날이 까마득한데도 겨우 사는 것 같은 나에게 적지않은 충격을 주었다.

간만에 영화다운 영화, 영화같은 영화를 본 것 같아서 기분이 좋다. 얼마 전부터 다시 곡을 만들기 시작했는데 영화 덕분에 더 열심히 하게 될 거 같은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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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사가 사랑한 수식(The Professor and His Beloved Equation, 博士の愛した數式, 2005)은 역시 국내 미개봉된 작품이지만 그 감상평을 짧게나마 남겨본다.

정말 심심하면 안 풀리는 수학문제를 붙들고 씨름을 할 정도로 수학을 좋아했던 나로서는 정말 재밌게 본 영화이다. 마치 수학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학생들에게 수학에 재미를 붙이게 만드는 한 편의 교육용 영화같은 느낌을 받지 않을 수 없었다. 정말 오랜만에 들어보는 무리수, 허수, 완전수, 우애수 등의 단어들이 옛날 수학 문제를 풀 때 느꼈던 감정들이 새삼 떠오르게 해서 너무나 좋았다.

액션이나 호러물 등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보지 않는게 낫다고 생각한다. 괜히 잠만 잘테니 말이다.

과거 수학자들은 대개 철학자인 동시에 예술가이면서 또한 과학자이기도 했다. 영화 속에서 주인공 박사는 수학자이면서 동시에 시인이었다. 숫자를 사랑하고 숫자로 시를 쓰는 그의 모습이 너무나도 친근하게 느껴진다. 그리고 그런 그의 삶이 조금은 동경이 되기도 한다. 더구나 종종 기억력 감퇴를 절감하게 되던 나로서는 80분 동안만 기억을 지속시키는 박사의 심정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지금 내 주변을 둘러보아도 숫자가 없는 삶은 상상할 수도 없다. 박사처럼 나도 내 일상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는 숫자들을 가지고 어떤 연관관계가 있는지 찾아보는 것도 재밌을 것 같다.

박사가 사랑했던 오일러의 공식은 어떤 의미가 담겨있는 것일까? 깊이 생각하지 못하고 지나쳤지만 조만간 시간을 내서 한번 그 증명을 살펴봐야할 것 같다. 영화 중간 중간 정말 마음에 와닿는 대사들이 많았는데도 불구하고 차마 기억해내지 못하는 내 자신이 참 안타깝다. 적어 놓을까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지만 영화를 중간에 멈추는 게 내키지 않아서 그러지도 못했다. 중간중간 '루트'를 아끼는 박사의 모습에서 또 박사를 위하는 '루트'의 모습에서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 없었다. 끝부분에 기모노를 입은 일본인들의 연극은 너무 지루하여 차마 보고 있을 수가 없어서 스킵하고 말았다. 쩝~ 그런 부분에서는 나도 어쩔 수 없는 가보다.

책이 먼저인지 영화가 먼저인지 알 수 없지만 책으로 봤어도 잔잔한 감동을 주었을 게 분명하다.

마지막에 엔딩크레딧이 올라오기 전에 나왔던 시를 옮겨본다.

한 알의 모래에서 하나의 세계를 보고

한송이 들꽃에서 하나의 천국을 보고

손바닥에 무한을 실어

한순간 속에서 영원을 느낀다.

- William Blak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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