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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의 대학

NOW(現)/Etc. 2009.12.02 21:19
거의 일년 만에 연극을 본 듯 하다. 아내의 생일을 맞이하여 딸 아이를 부모님께 맡겨드린 채로 아내와 함께 연극을 봤다. 요즘 웃을 일이 많지 않은 아내에게 웃음을 안겨주고자 고르다 고른 연극은 바로 "웃음의 대학"이었다.

알아본 결과 작년 동숭아트센터 동숭홀에서의 공연에는 검열관 역 송영창, 극작가 역 황정민이 연기를 했었고 올해는 봉태규, 조희봉씨가 극작가로 검열관은 송영창, 안석환씨가 더블캐스팅으로 11월 공연에 이어 다른 공연장에서 연장 공연중이었다. 어제 본 공연은 검열관에 송영창, 극작가에 봉태규의 출연이었다. 개인적으로는 안석환의 연기를 보고 싶었으나 흔치 않은 기회이므로 다른 날을 기약하기도 곤란했다.

그동안 포스팅했던 독서 후기나 영화 관람 후기와 마찬가지로 연극의 내용이나 줄거리 등에 대해서는 그닥 언급하고 싶지 않다. 두 배우의 연기에 대해서도 이렇다 저렇다 평가하는 것은 그닥 내키지 않는다. 사실 연극에 대해서는 단지 대학시절 교양과목으로 연극영화개론 강의를 들은게 전부인 나로서는 연극에 대해서 평할 만한 주제가 되지 못한다. 따라서, 연극을 통해서 깨달은 점이라든지 연극을 통해서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들을 이야기하고 싶을 뿐이다.

개인적으로 가장 충격적으로 다가온 부분은 검열관의 요구사항대로 변경해온 극작가의 전투라는 부분이다. 극작가는 희극을 쓰는게 목적이다. 마치 검열관의 요구대로 극본을 고치는 것이 마치 타협하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결국 그것은 계속 희극을 쓰고자 하는 그의 열정을 불태우게 했다는 것이다.

극작가의 그러한 선택이 과연 옳은 결정이었는지는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희극을 쓰는 것을 관두던가 검열관의 요구를 무시한채 마음대로 만들어서 잡히던가 둘다 궁극적인 희극을 쓰는 것을 포기하게 만든다. 그러나 검열관의 요구대로 변경하는 것은 계속 희극을 쓸 수 있는 것이다.

프로그램 개발이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으로서 종종 돈과 시간과 타협해야 할 경우가 종종 생기기 마련이다. 영업적으로 접근하면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수익을 얻기 위해서 고객의 요구사항을 적절하게 들어주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기 마련이다. 고객의 요구사항을 모두 들어주다가는 결국 정해진 기간 내에 처리할 수 없게 되기 마련이다. 그러나 개발만 할 수 있다면 고객의 요구사항이 수도없이 변경되고 해당 요구사항을 반영하기 위해서 수도없는 설계를 번복해야만 하는 상황에서 과연 극작가와 같은 모습을 유지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본다. 물론 희극을 쓰는 것과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것은 다르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연극을 통해서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을 새롭게 바라보게 되었다.

평생 웃어본 적이 없는 검열관을 웃게 만드는 작품을 쓴 극작가의 모습에서 과연 평생 만족스러운 프로그램을 접해본 적이 없는 사용자를 만족스럽게 편리하게 해주는 프로그램을 만들어본 적이 있는지 자문하게 한다. 그래서 전쟁터에 나가는 상황에서도 절대로 죽으면 안된다는 부탁과 훗날 자신이 기꺼이 배우가 되겠다고 이야기할 정도로 사람을 감동시키는 프로그래밍은 과연 어떤 것일까 고민하게 된다.

물론 프로그램 개발 뿐이 아니다. 신앙에도 마찬가지로 적용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마치 쉽게 동화되는 것처럼 타협하는 것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결국은 상대방을 구원하고 올바른 길로 인도하는 일에 대해서 접근하는 방법을 달리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좀 더 고민이 필요하고 나눔이 필요한 부분이다.

공연을 통해서 고민하고 생각해야할 것은 많고 작품은 일단 만족스러웠으나 공연장은 매우 실망스러웠다. 물론 대학로의 소극장이 대개 그렇겠지만 역시 우리나라의 공연장의 현실은 극과 극을 달리고 있지 않나 싶은 생각이 절로 들었다. 공연장에 대해서는 더이상 적을 이유가 없을 듯 하다.

앞으로 또 언제 연극을 볼 기회가 올지 모르지만 비록 연극을 볼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더라도 이번 작품처럼 보는 동안 웃을 수 있으면서 인생에 대해서 삶의 태도에 대해서 고민하게 만들고 더 나은 삶을 추구하게 만드는 좋은 작품들을 접할 수 있는 기회들이 많았으면 한다. 그런 질좋은 문화 유산을 딸 아이에게 선물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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