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고생'에 해당하는 글 1건

아까... 11시 쯤 잠실역에 내려서 집에 오기 위해 잠실 5단지 앞 버스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버스 정류장엔 미처 우산을 준비하지 못한 사람들이 비를 피하기 위해 옹기종기 모여있었다. 여고생 한 명이 그 틈이 답답했는지 그냥 비를 맞으며 버스를 기다리고 있는 데 주변에 우산을 쓰고 있는 사람 누구도 그 여고생에게 우산을 씌워주는 사람이 없었다. 비를 맞는 모습이 하도 안타까워서 내가 다가가 우산 같이 쓰자고 얘기 했는데ㅠ.ㅠ 거절당했다. 예의상 그러는가 싶어서 몇 번 더 같이 쓰자고 했지만 괜찮다고 버티었다. 한 5분쯤 지나 결국 버스가 와서 같이 탔고 내가 먼저 내렸다.
훔.. 내가 요즘 뉴스에 회자되는 무슨 납치범이나 괴한으로 여겨진 건 아닌지 싶어서 괜히 그랬나 싶기도 하다. 어쩌면 그 여학생 주변에 우산을 쓰고 있던 사람들도 그런 오해 받기 싫어서 같이 쓰자고 안 했던 건 아닐까 싶기도 하다. 호의가 호의가 아닌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베푸는 것도 받아들이는 것도 어려워진 세상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주변에 넉넉하게 우산을 쓰고 있는 사람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같이 쓰자고 할수도 하지도 못해 결국은 비를 맞으며 살아가야 하는 세상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안타깝다.
내가 너무 비약한 걸까? 그 여학생이 매우 소심하거나 성격상 남의 신세를 못 지고 사는 그런 성격이어서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간에 베푼 호의를 거절당한 기분이 썩 좋지는 않다. 잠깐이라도 같이 우산을 썼다면 나도 그도 세상이 아직은 따뜻하다는 느낌을 갖고 집에 올 수 있었을 텐데...
하지만 그런 생각도 든다. 여고생이었으니까 비 맞는 모습이 안타까워 보였겠지. 나이 든 할머니였거나 아저씨였다면 과연 내가 우산을 같이 쓰자고 했었을까? 글쎄... 쉽게 대답이 안 나온다. 그냥 못본척 할 수도 있겠지. 여기서 어쩔 수 없는 간사한 한 인간의 면모를 발견하게 된다. 그러나 그런 어르신들은 알아서 비를 피할 줄 안다. 사람들이 많든 적든 악착같이 버스정류장 안에서 비를 피하기 마련이다. 때문에 다음에 똑같은 일을 경험한다면 그 때는 말이 아닌 행동으로 같이 쓰자고 해볼려고 한다.
다음으로 드는 생각은 혹시나 어딘가 있을지도 모르는 몰래카메라 내지는 칭찬합시다 등 머 이런 방송을 타려는 의도는 없지 않았나 싶다. 전혀 아니다.ㅋ

트랙백  0 , 댓글 하나 달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