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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7일, 딸아이가 태어났다. 생명의 탄생은 기적이라고 굳이 언급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모두 공감하는 일이라고 생각하니 말이다. 하지만 자주 잊어버리곤 한다. 이제 태어난지 열흘 남짓 된 딸아이를 볼 때마다 새삼 떠오른다. 탄생은 기적이나 다름이 없다고... 더구나 나와 아내를 닮은 자녀의 출생은 다른 생명체의 출생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기적인 것이다.

딸아이를 9개월동안 뱃속에 품어온 아내의 고생은 이루 말할 수도 없지만 그 아이를 세상에 내보내는 일도 그리고 내보낸 후의 일도 전혀 쉽지 않았다. 그저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옆에서 지켜볼 수 밖에 없다는 것이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물론 이제 앞으로 각자의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아내는 엄마로서, 나는 아빠로서... 출생의 기적이 주는 기쁨과 고통 뒤에 수반되는 책임과 부담, 역시 동전의 양면처럼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기꺼이 그 모든 것을 감수하고서라도 자녀를 갖는 일은 다른 어떠한 일보다도 가치가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값비싼 노트를 샀다고 해서 그 노트의 가치가 올라가는 것은 아니다. 그 노트에 무엇을 기록하느냐에 따라서 노트의 가치를 발휘하게 되는 것이다. 다른 생명체와는 분명히 다른, 영혼을 소유한 생명체로 태어난 딸아이는 아직까진 값비싼 백지노트와 같다. 하지만 그 백지노트에 무엇을 기록하느냐에 따라서 그의 인생은 달라질 것이다. 물론 인생이라는 백지노트에 무언가를 기록하는 것은 분명 자기 자신일 것이다. 그러나 그것을 도와주는 것은 부모의 책임이라고 생각한다. 자칫 그 책임을 남에게 전가시키거나 한다면 결국 언젠가 후회하게 된다.

적어도 나는 나의 부모님으로 부터 그런 도움을 받고 지금의 나로 살 수 있었다. 물론 현재 내 인생의 가치가 어떤지를 측정하거나 판단할 수 있는 분명한 기준이나 척도가 있지는 않지만 최악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딸아이에게 있어서는 나보다 낫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 보다 더 가치있고 영향력이 있고 다른 사람들에게 기쁨과 희망을 안겨줄 수 있는 그런 존재로서 살아가길 바라는 마음이다. 어쩌면 내가 하지 못한 것에 대한 일종의 보상심리인지도 모르겠다. 물질적인 성공이나 명예, 지위, 권력에 대한 동경이 아니다. 사람을 사람답게 만드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내가 원하는 그 무엇을 위해 딸아이가 누려야 할 행복을 바꾸기를 원하는 것은 아니다. 그 누구에게도 내 가치관을 강요할 수는 없다.

아뭏튼 이제 아버지로서 갖춰야할 최소한의 덕목이 무엇인지 고민하게 된다. 딸아이에게 있어서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이고 그것을 어떻게 공급해줄 수 있을지를 고민할 수 있어야 한다. 단지 의식주의 제공만으로도 만족할 수 없고 과잉공급 또한 절제해야할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할 것이다. 모든 부모들의 마음이 똑같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자녀가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은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역시 자녀가 잘되는 것에 대해서는 부모마다 다를 것이다. 자녀가 잘되는 것은 곧 자녀가 행복하게 살아가는 것일텐데... 어떤 것이 진정 행복한 것인지를 가르쳐줄 수 있는 아버지로서 살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내 자신이 먼저 행복해져야 할 것이다. 행복하게 사는 비결을 찾아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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