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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키텍트 이야기
야마모토 케이지 지음, 이지연 옮김, 이용원 외 감수/인사이트

오랜만에 책 한 권을 읽었다. 하지만 너무 성급하게 마치 햄버거를 먹어 치우듯이, 수박 겉만 핥은 건 아닌지 싶다.

경력5년차의 웹개발자로서 이제는 뭔가 변화가 필요하다고 절실히 느끼고 있는 중에 이 책의 출간은 매우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었다. 하지만 책을 읽는 중에 그리고 읽고 나서 혼란과 앞날에 대한 불투명성은 여전히 가시지가 않았다. 어쩌면 이 작은 책 한 권에 너무 많은 것을 기대했기 때문은 아닌지 싶기도 하다.

저자는 아키텍트의 역할에 대해서 정의와 필요성에 대해서 명확하게 설명하고 있다. 여태까지 해온 프로젝트 중에서 명확히 구분된 아키텍트라는 역할을 만나본 적은 없었다. 대개는 프로젝트 관리자가 그 역할을 대신해왔고 개발자도 일부 참여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 역할은 프로젝트를 성공적(단지 기한 내에 납품하는 것만이 아닌)으로 끝내는 데 있어서 매우 중요하며 없어서는 안되는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아마도 이제까지 그런 역할을 맡은 사람이 없는 프로젝트만 해와서 그동안의 프로젝트가 힘들지 않았나 싶기도 하다.

개발자의 다음 단계라는 첫 장의 제목에서 부터 솔직히 좀 거부감이 들기도 했다. 왜 개발자의 다음 단계가 아키텍트이어야만 하는 것인가? 왜 한 번 개발자는 끝까지 개발자일 수는 없는 걸까? 라고 생각하면서도 그럴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어쨌든 개발자의 다음 단계가 무엇이든 간에 지금 이대로는 아니라는 것은 분명하다.

전문 개발자가 되어 자신이 하고 싶은 업무를 하는 것. 이것이 프로그래머의 본질적인 소망이다. 어려운 현실에서도 프로그래머의 소망을 이루는 것은 가능하다. 그것은 바로 '아키텍트'라는 길이다.

1장 개발자의 다음 단계 중(p.18)에서...

저자는 가상의 프로젝트를 통해서 아키텍트의 역할과 필요성, 아키텍트가 프로젝트의 단계마다 갖춰야 할 덕목들을 아주 쉽고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아키텍트가 되는 길은 절대 쉽지 않다. 아래에 인용한 내용만으로도 조금은 위축되고 심지어는 좌절할 수도 있다.

영업, 계약, 정치적 문제에 대해 아키텍트가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영역은 시작 단계에서는 그리 크지 않다. 그러나 상위 단계에 참여할 기회가 늘어남에 따라 적어도 이러한 문제를 알지 못하고 넘어가는 경우는 없을 것이다. 기술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업무가 떨어지더라도 현실을 파악하고 조금이라도 이상에 근접하려는 노력을 계속해야만 한다.

2장 요구사항 정의에 참여 중(p.53)에서...
복잡한 사람들의 심리에 대해 깊이 통찰하여 혼탁한 프로젝트 내에서 한 줄기 빛을 발하는 존재가 바로 아키텍트다.

4장 프레임워크를 준비한다 중(p.86)에서...
기술은 도구다. 자기만족을 위해서만 사용하는 기술은 그것이 아무리 높은 수준이라 할지라도, 결국엔 장난감에 지나지 않는다. 기술은 사람을 위해 활용하는 것이다. 기술을 사람과 결부시키는 것이야말로 프로페셔널한 아키텍트가 지녀야 할 능력이다.

4장 프레임워크를 준비한다 중(p.99)에서...
아키텍트는 사람을 대하는 기술이 필요하다. 뛰어난 설계 능력으로 멋진 아키텍처를 만들었다 해도, 아키텍처를 채택할지 말지 선택의 열쇠를 쥐고 있는 개발자나 사내 담당자에게 그 효과와 실력을 충분히 전달되지 못한다면 쓸모없게 된다.

7장 개발 현장 밖에서 활약한다 중(p.177)에서...

저자는 마지막 부분에서 기존의 개발자들이 아키텍트의 길을 가도록 조언하고 있다. 하지만 과연 아키텍트가 맡고 있는 영역과 범위, 그리고 책임 등을 고려해볼 때 쉽게 결정할 문제는 아니라는 생각이다. 어쩌면 그동안 수행한 프로젝트들이 매우 힘들었기 때문에 진정한 아키텍트의 모델을 만나보지 못했기 때문에 그런 건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이 책에서 전달하려고 한 아키텍트의 업무는, 고객은 물론이고 비즈니스 관계자들과 의사소통을 하면서 무엇을 만들어 내야 하는지 정확히 발굴하고, 뛰어난 기술력으로 개발팀을 이끌며 소프트웨어에 책임감을 갖는 것이다. 전문 프로그래머가 조금 더 노력하면 개발이라는 업무를 즐겁게 할 수 있다. 사람에게 기쁨을 주는 프로그램을 즐겁게 만들고 그런 일을 할 수 있게 되는 게 프로그래머의 소망 아니겠는가, 여러분도 조금만 더 노력해서 아키텍트가 되는 것은 어떨까?

9장 아키텍트가 되고 싶다! 중(p.217)에서...

결론적으로 저자가 말하는 프로그래머의 소망에 동의할 수 있는지 그리고 기꺼이 저자 말대로 '조금만 더 노력'할만한 열정이 남아 있는가가 아키텍트가 되는 길로 가느냐 마느냐가 결정될 것 같다.

더 시간이 흐르기 전에 고민해볼 문제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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