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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일

NOW(現)/Books 2008.07.11 08:39
스타일 - 8점
백영옥 지음/위즈덤하우스

서점에서 1억원 고료 세계일보 문학상 수상작이라는 책띠를 보고 궁금한 마음에 집어 들었다가 저자 소개를 보고 가만히 내려놓았었다. 하지만 결국 궁금증을 못 참고 알라딘에서 주문하고야 말았고 오늘 아침 출근하면서 마지막 저자의 글까지 읽게 되었다.

글쎄 1억원짜리 가치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이정도가 1억원이라면 왠지 내가 생각하는 1억원이라는 돈의 가치가 조금 저평가된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기는 하다. 물론 글을 쓴 사람 입장에서는 자신의 글이 1억원 정도로 평가되는 것에 대해서 만족하지 못할 수도 있겠지만서도 말이다.

30대 중반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나로서는 솔직히 유행이나 최신 스타일에 대해서 그닥 민감하지 못하다. 그저 나만의 스타일로 너무 촌티나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을 따름이다. 책에 나오는 명품 브랜드명에 대해서도 나는 잘 모르고 그다지 알고 싶지도 않다. 알면 갖고 싶어질 수도 있기 때문에...

책을 읽으면서 느낀 것은 인간의 내면 깊숙이 자리잡고 있는 상처를 치유할 수 있는 것은 오직 사랑 뿐이라는 것이었다. 또한 인간의 내면 깊숙이 자리잡고 있는 욕심 또한 포기하게 만드는 것이 사랑이라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된다.

하지만 책 속의 주인공 이서정 스타일은 절대 내 스타일은 아니다. 그녀가 스키니 진을 입지 못해서 그런 것은 아니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그닥 끌리지는 않는다. 그냥 나는 그들을 지켜볼 뿐이었다.

과연 이 책이 달콤한 나의 도시(정이현, 문학과지성사)처럼 드라마화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전혀 불가능해 보이진 않는다. 솔직히 달콤한 나의 도시가 드라마화 될 거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었기 때문에 스타일도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것이다.

나는 아래와 같은 표현들을 읽으면서 약간의 전율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이런 묘사나 표현력은 결코 쉽게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한없이 부러울 따름이다.
나는 창문을 열고 밖을 내다보았다. 달궈진 프라이팬 위에 쏟아진 기름처럼 햇볕이 강 위에서 뜨겁게 들끓었다. 지글거리는 강물 위로 멀리 아지랑이가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게 보였다. 저 강물에 손을 담그면 손가락 열 개가 모두 다 델 것 같다. 나는 고개를 돌리고 주먹을 꼭 쥐었다. - p.51
나는 창가 의자에 앉았다. 열어 놓은 창문으로 알싸한 로즈마리 냄새가 밀려들어 왔다. 아스파라거스와 향긋한 냉이 냄새가 몽글몽글하게 섞여 공기 중에 떠다녔다. 나른한 봄이 정지해 묵직한 마룻바닥 밑에 고여 있었다. 눈을 감으면 발끝에서부터 올라오는 봄 향기가 느껴졌다. 이 딱딱한 마룻바닥을 탁탁, 조금만 구르면 그 소리에 밑바닥 가득 뿌려져 있던 씨앗들이 금세 꽃망울을 터뜨리며 올라올 것 같다. 나는 먼지 뭉치처럼 가벼운 꽃가루들이 흩날려 콧등 위에 뿌옇게 가라앉는 상상을 했다. - p.122
그는 끝까지 다 먹는 걸 지켜보겠다는 듯 내 얼굴을 쳐다보고 있었다. 나는 손으로 두꺼운 그릇을 받아 들었다. 백합국에서 풍겨 나오는 향긋한 바다 냄새는 따뜻했다. 눈을 감고 긴 머리를 풀어 내린 채, 6월에 부는 바닷바람을 맞는 것 같다. 나는 숟가락 가득 국물을 담아 입 안에 넣었따. 냉랭했던 가슴이 훈훈해졌다. 포근한 함박눈 내리는 추운 겨울 따뜻한 담요에 발가락을 집어 넣은 것 같았다. - p.250
간만에 읽은 소설책은 새삼 어린 시절을 추억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그 시절에 가졌던 꿈도 기억나게 했다. 포기해버렸던 그 꿈을 과연 이룰 수 있을까 싶지만 아직 포기하기에는 너무 젊다는 생각이다. 다시 도전해보려고 한다. 나만의 스타일을 찾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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