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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사가 사랑한 수식(The Professor and His Beloved Equation, 博士の愛した數式, 2005)은 역시 국내 미개봉된 작품이지만 그 감상평을 짧게나마 남겨본다.

정말 심심하면 안 풀리는 수학문제를 붙들고 씨름을 할 정도로 수학을 좋아했던 나로서는 정말 재밌게 본 영화이다. 마치 수학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학생들에게 수학에 재미를 붙이게 만드는 한 편의 교육용 영화같은 느낌을 받지 않을 수 없었다. 정말 오랜만에 들어보는 무리수, 허수, 완전수, 우애수 등의 단어들이 옛날 수학 문제를 풀 때 느꼈던 감정들이 새삼 떠오르게 해서 너무나 좋았다.

액션이나 호러물 등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보지 않는게 낫다고 생각한다. 괜히 잠만 잘테니 말이다.

과거 수학자들은 대개 철학자인 동시에 예술가이면서 또한 과학자이기도 했다. 영화 속에서 주인공 박사는 수학자이면서 동시에 시인이었다. 숫자를 사랑하고 숫자로 시를 쓰는 그의 모습이 너무나도 친근하게 느껴진다. 그리고 그런 그의 삶이 조금은 동경이 되기도 한다. 더구나 종종 기억력 감퇴를 절감하게 되던 나로서는 80분 동안만 기억을 지속시키는 박사의 심정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지금 내 주변을 둘러보아도 숫자가 없는 삶은 상상할 수도 없다. 박사처럼 나도 내 일상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는 숫자들을 가지고 어떤 연관관계가 있는지 찾아보는 것도 재밌을 것 같다.

박사가 사랑했던 오일러의 공식은 어떤 의미가 담겨있는 것일까? 깊이 생각하지 못하고 지나쳤지만 조만간 시간을 내서 한번 그 증명을 살펴봐야할 것 같다. 영화 중간 중간 정말 마음에 와닿는 대사들이 많았는데도 불구하고 차마 기억해내지 못하는 내 자신이 참 안타깝다. 적어 놓을까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지만 영화를 중간에 멈추는 게 내키지 않아서 그러지도 못했다. 중간중간 '루트'를 아끼는 박사의 모습에서 또 박사를 위하는 '루트'의 모습에서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 없었다. 끝부분에 기모노를 입은 일본인들의 연극은 너무 지루하여 차마 보고 있을 수가 없어서 스킵하고 말았다. 쩝~ 그런 부분에서는 나도 어쩔 수 없는 가보다.

책이 먼저인지 영화가 먼저인지 알 수 없지만 책으로 봤어도 잔잔한 감동을 주었을 게 분명하다.

마지막에 엔딩크레딧이 올라오기 전에 나왔던 시를 옮겨본다.

한 알의 모래에서 하나의 세계를 보고

한송이 들꽃에서 하나의 천국을 보고

손바닥에 무한을 실어

한순간 속에서 영원을 느낀다.

- William Blak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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