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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학 오디세이 2
진중권 지음/휴머니스트

정말 오래 걸렸다. 그리고 또 오랜만이다.
책을 읽는 절대 시간이 부족한 상황이다. 하지만 절대 책을 놓거나 하지는 않는다. 더 악착같이 TV와 영화보는 시간을 줄이고 그 시간에 책을 읽으려고 안간힘을 쓴다.

현재 르네 마그리트 전시회가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이 책을 다 읽고 전시회에 가려고 그동안 가고 싶었던 것을 미뤄왔었는데 이제 갈 수 있게 되었다. 물론 이벤트 당첨을 기대한 것도 있었지만 아쉽게도 당첨되지 않았으니 직접 내 돈 내고 보러 가야할 것 같다.

진중권 교수는 미학 오디세이 1권에서 에셔의 작품들을 통해 자칫 고리타분하고 어려울 수 있는 미학이라는 학문에 독자들이 쉽게 다가설 수 있도록 안내자의 역할을 충실하게 감당해냈다. 미학 오디세이 2권에서는 르네 마그리트의 작품과 또한 여러 초현실주의 작가들의 작품들에서 발견되는 아름다움에 대하여 더 깊은 이야기를 풀어내어 읽는 이로 하여금 그 깊이에 하염없이 빠져들게 만든다. 미학이 결코 현실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게 아니라 현실 가운데 있는 것을 어떻게 표현하고 어떻게 받아들이는지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자칫 이게 미학책인지 철학책인지 논리학 책인지 구분이 안되는 부분도 있기는 하지만 각 학문이 긴밀하게 연관되어 있기 때문에 그럴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하고 여전히 아리스토텔레스와 플라톤의 재치있으면서도 핵심을 찌르는 대화는 이 책이 지니고 있는 가장 큰 매력 중에 하나라고 생각한다.

솔직히 책을 읽으면 읽을 수록 진중권 교수의 글솜씨에 감탄을 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그가 책 속에서 직접 언급했다시피 그의 생각이라기 보다는 그가 그동안 공부해왔던 것들을 나름대로 정리한게 아닐까라고 나는 생각한다. 물론 그렇게 정리하는 일도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진중권 교수는 미학이라는 분야에 있어서 독보적인 존재라는 것을 인정하며 고맙게 생각한다.

내가 쓰고 있는 이 책은 미와 예술을 논하고 있다. 하지만 고백하건대, 난 이 책에서 얘기하는 작품들을 실제로 본 적이 없다. 난 다만 그것들에 관한 책을 읽었을 뿐이다. 따라서 내 책은 미와 예술이 아니라, 책에 대해 말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과연 다른 책들이라고 미와 예술을 논하고 있을까? 십중팔구 그것들 역시 다른 책들을 보고 쓴 책일 거다. 그럼 그 책들은...? 결국 우린 책 속에 갇혀 있는 셈이다. 책은 현실이 아니라 책에 대해 말할 뿐이다. 책이 책을 말한다. 과연 우리가 돌고 도는 책들의 고리를 끊고, 바깥 세계를 볼 수 있을까?
미학 오디세이 2, p.316
수많은 철학자들도 그랬지만 정말 안타까운 점은 신, 곧 하나님의 존재에 대한 부정 내지는 불신으로 인한 진리에 대한 잘못된 오해, 인간의 예술성이나 창조성 그리고 미와 예술에 대한 사유를 어디에서부터 시작해야하는지를 놓친 점이다. 물론 종교서적이 아니기 때문에 그럴 수 밖에 없었다고 생각하기는 하지만 안타까운 것은 어쩔 수 없다.

이 책을 읽어내는 데에는 인내심이 필요하다. 그리고 자칫 헛소리 내지는 말장난 처럼 여겨질 수 있는 부분들에 대해서 깊이 있게 생각해보고자하는 태도도 필요하다. 또한 그림과 글을 함께 보면서 읽어야 하기 때문에 글자만 있는 책들보다는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단순히 르네 마그리트의 작품들을 감상하는 데 있어서 도움을 얻기 위해서라면 이 책보다는 그의 작품과 관련된 다른 책을 보는게 나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르네 마그리트의 전시회가 기대가 된다. 과연 언제 갈 수 있을런지 모르지만 진중권 교수가 들려준 이야기를 바탕으로 좀 더 깊이 있게 그의 작품들을 볼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싶다.

이제 미학 오디세이의 마지막인 3권 피라니시의 작품 세계를 탐험해볼텐데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1권보다 2권이 좀 더 두껍고 3권은 2권보다 더 두꺼운 것을 봐서는 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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