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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Road

NOW(現)/Books 2008.10.12 23:57
The Road (Mass Market Paperback) - 10점
코맥 매카시 지음/Vintage

드디어 다 읽고 말았다. 3개월은 족히 걸린 듯 하다. 번역서로 읽었다면 아마 1개월이 채 걸리지 않았을텐데 말이다. 책이란 원서든 번역서든 관계 없이 독자로 하여금 상상력을 자극한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물론 형편없는 영어 독해 실력으로 인해서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문장도, 단락도 많았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무지 중간에 포기할 수는 없었다. 끝까지 책을 놓을 수 없도록 독자를 붙들어 놓는 마력이 있는 작품임에 틀림이 없다.

퓰리처상 수상작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는 이 작품은 처음부터 끝까지 회색빛이다.
책을 펼칠 때마다 머리 속에는 마치 사람들만 컬러이고 모든 배경은 흑백인 영상 필름이 재생되게 된다. 그 영상 안에는 이름 모를 아버지와 그의 이름 모를 아들이 길을 걸어가고 있다.

아버지는 자신과 아들을 위해서 이기적일 수 밖에 없고 아들은 그 반대로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들에 대해 동정심을 아끼지 않는다. 그런 아버지와 아들은 티격태격하면서 길을 걷는다. 그런 그들의 모습을 보면서 내 안에도 똑같은 양상이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때론 이기적이고 남주기 싫어하면서도 가끔은 한없이 베풀고 싶어지는 마음 말이다.
소설 속의 아버지와 아들이 느꼈던 수많은 감정들을 느낄 수 있었다.

소설 속에서 아버지와 아들이 걸어가고 있는 세상은 모두 다 타버린 그래서 재만 남은 세상이지만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언젠가는 다 타버려서 재가 되어버릴 세상, 그 세상 속을 아둥바둥 살아가고 있는 인간들의 단편적인 모습을 소설 속에 투영해서 보여주고 있는 듯 하다. 그래서 그런지 소설 속의 아버지와 아들이 결코 낯설지 않고 이해가 된다. 그리고 마치 나와 동화되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는 것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마지막이 궁금했지만 마지막을 알면 더이상 읽고 싶은 마음이 생기지 않을 것 같아서 꿈 참지 않을 수 없었다. 아직 읽지 않은, 하지만 읽으려고 주저하고 있는 독자들을 위해서 마지막을 기록하고 싶지는 않다. 결말을 알고 읽는 것은 모르고 읽는 거랑 엄청난 차이가 난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이 소설은 단지 흥미를 위해서 읽기엔 너무나도 철학적이고 생각할 거리를 수도 없이 많이 던져주는 작품이다. 주제 사라마구의 <눈 먼 자들의 도시>에서 느낄 수 있었던 극한의 상황에 처한 인간의 처절한 몸부림 등을 볼 수 있는 또 하나의 작품이라는 생각이다.

이 소설을 영어로 읽으면서 느꼈던 것은 같은 의미의 단어도 어떤 단어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그 느낌이 다르다는 것인데 글을 쓰거나 말을 하거나 단어를 많이 아는게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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