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밀이'에 해당하는 글 1건

토요근무를 마치고 월스트리트인스티튜트에서 꾸벅꾸벅 졸다 따라하다 문 닫을 시간이 되어서 빠져나와 오랜만에 그렇다고 연중행사는 아니고 2주만에 대중 목욕탕을 갔다.

토요일 오후라서 그런지 온탕은 도저히 들어가고 싶은 생각이 안들 정도로 탁해보여서 좀 더 뜨거운 열탕에 몸을 담갔다. 안 그래도 뜨거운데 어떤 나이 드신 분이 미지근하다고 느끼셨는지 뜨거운 물을 틀어놔서 더 뜨거워져 있었다. 한 10분을 버티다가 좀 나와서 열기를 식히고 도저히 내 힘으로 때를 밀 힘이 없어서 정말 오랜만에 만원의 행복을 누리기로 했다.

과연 2주만에 때가 얼마나 쪄들었을까 싶었다. 때밀이 아저씨가 두 배로 달라고 하는 건 아닐까 걱정스러웠다. 쩝~ 아저씨는 그다지 개의치 않으시고 때를 밀어주셨다. 훔... 어찌나 감사한지ㅋ

옛날 어렸을 적에 아버지랑 대중 목욕탕에 처음 가서 때밀이 아저씨를 보고 참 신기(?)해했던 기억이 있다. 아무나 하는 일은 아니라는 생각은 여전히 변함이 없다. 오늘 내 때를 밀어주신 분은 목욕탕 입구에서 구두도 닦으시고 목욕탕 청소도 하시고 혼자서 정말 많은 일을 하고 계셨다. 월 수입이 도대체 얼마나 될까? 나보다 더 많을까? 이런 생각을 하면서 때밀어주는 로봇이 나오면 아저씨는 어떻게 될까? 옛날이나 지금이나 때밀이 아저씨가 존재하는 건 그만큼 수요가 있기 때문인데... 내가 이 동네에 살면서 벌써 세번째 때밀이 아저씨이다. 이전에 하셨던 분들은 다른 대중 목욕탕에서 일하고 계실까? 아니면 다른 직종으로 옮기셨을까? 솔직히 첫번째 때밀이 아저씨가 가장 좋았다. 마사지까지 공짜로 해주셨었으니깐ㅋ

내 몸을 맡긴 채 참 여러가지 생각을 했다. 나름대로 자신의 직업에 대해서 자부심 내지는 성취감이 없다면 오래 할 수 있는 일은 아닐텐데 말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그 일이 정말 어렸을 때부터의 꿈이었거나 하고 싶어서 준비했던 일은 절대 아닐 것이다. 어찌어찌 하다보니 정말 어쩔 수 없어서 그렇게 된 것이겠지... 어쨌든 이왕 하게 된바에야 정성껏 성의껏 고객이 칭찬까진 아니더라도 불만을 제기하지 않을 정도로 하는게 쉬운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과연 나는 어떠한가? 나도 일종의 서비스를 한다고 생각하면 내가 속해 있는 회사의 전산 시스템이 다른 직원들의 업무에 때가 끼지 않도록 때를 벗기듯 시원하게 해줄 수 있어야 하는데 과연 그런 책임감 내지는 서비스 정신, 서번트 정신을 갖고 일하고 있는가 아니면 그저 나만을 위해서 일하고 있는가?

어쩌면 남들에게 그다지 각광받지 못하는 직업이긴 해도 나보다 더 높은 수준의 직업적 서비스 마인드를 요구하는 일들이 있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된다.

혹시라도 주변에 가까운 분이 때밀이를 직업으로 갖고 계시거나 혹 때밀이이신 분이 이 포스트를 읽고 기분나빠 하지 않으시길 바란다. 나는 절대 때밀이라는 직업이 지금 내가 하는 일보다 못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 일을 하고 싶어서 했든 하기 싫은 데 어쩔 수 없이 하게 되었든 간에 나에겐 없어선 안 될 매우 중요한 서비스 업종이라는 걸 알아 주셨으면 좋겠다.

내가 갖고 있는 직업에 대해서도 나처럼 생각(없어서는 안 될 매우 중요하다고)하는 사람들이 많았으면 정말 좋겠다.

트랙백  0 ,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