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해줘
기욤 뮈소 지음, 윤미연 옮김/밝은세상

오랜만에 집어든 프랑스 소설... 베르나르 베르베르인간(2004, 열린책들) 이후로 처음이란 생각이 든다. 어차피 둘다 한국어로 번역된 것을 읽었으니 과연 진정한 프랑스 소설을 읽었다고 할 수 있을런지 싶지만 프랑스 소설만이 가지고 있는 독특함을 충분히 느꼈다고 생각한다. 아마도 번역자가 들인 노력의 산물이 아닐까?

베르나르 베르베르도 그렇지만 기욤 뮈소라는 작가 이름도 매우 특이하다. 교보문고에서 진열된 책을 보면서 솔직히 후회하면 어쩌나 망설였었는데 아주 재밌게 읽었다. 프랑스에서는 2005년에 출간되서 2주만에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하고 78주 연속 베스트셀러에 있었다고 한다. 현재 국내에서는 교보문고 베스트셀러 국외소설부문 10위권 안에 있는 것을 확인했다.

이 소설은 정말 영화를 보는 듯한 착각을 일으키도록 쓰여졌다. 옮긴이의 말에도 언급되었지만 영상세대 독자들을 끌어당기는 요소들이 듬뿍 담겨져 있다. 만약 쉬는 기간에 이 책을 붙잡았다면 아마도 밥도 안 먹고 끝까지 한 숨에 읽어버렸을테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어쨌든 일주일이 채 지나지 않아서 400페이지가 넘는 분량을 다 읽어버릴 정도로 푹 빠져버리게 만드는 마력이 있다.

많은 사람들이 소설에 대해서 편견을 가지고 있는 것을 느낀다. 때론 시간 낭비라고 여겨질 만큼 최악의 소설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때때로 소설만큼 책 읽는 것을 즐겁게 만들어주는 것도 없다고 본다. 각종 처세술, 재테크, 그리고 성공 사례 등을 담은 수필 등 실용서들이 판을 치고 있는 서점가에 사람들의 메마른 감성을 어루만져줄 수 있는 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아마도 저자는 그런 사람들의 소리없는 외침과 절규를 소설로 그려내고 있는 것 같다. '구해줘'라는 제목에서 느껴지는 절박감이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 바로 나 자신의 내면에서 우러나오는 소리라는 것을 아무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자신의 연약한 모습을 완벽하게 가리운 채 가면을 쓰고 살아간다. 진정 그런 그들의 아픔을 달랠 수 있는 희망과 빛이 필요하다. 저자는 소설 속에서 그것이 사랑 뿐임을 이야기 하는 듯 하다. 죽음도 운명도 막을 수 없는 것은 오직 사랑이라고 말이다. 물론 종교적으로 성경적으로 보자면 약간 부족하지만 말이다. 어쨌든 소설 중간 중간 등장하는 가슴에 와닿는 문구들이 수두룩한데 그것들을 그냥 지나쳐 버린 것이 너무나도 안타깝다.

몇 개만 추려서 옮겨 본다.

단 한 번이라도 누군가를 진정으로 사랑해본 경험이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또 다른 사랑을 시작할 수 있는 자격을 충분히 갖춘 것이다.

- 기욤 뮈소, <구해줘> 중에서...


우리는 자기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이 되고 싶어 한다.

- 앨버트 코헨


오늘은 내 남은 인생의 첫 날이다.

- 센트럴파크의 어느 벤치에 누군가가 새겨놓은 낙서


뉴욕에서는 모든 사람들이 뭔가를 찾아 헤맨다. 남자들은 여자들을 찾아 헤매고, 여자들은 남자들을 찾아 헤맨다.

뉴욕에서는 모든 사람들이 뭔가를 찾아 헤맨다. 그러다 때로는 누군가는 자신이 찾아 헤매던 그 누군가를 찾아낸다.

- 도널드 웨스트레이크


단 몇 시간일지라도 짜릿한 행복의 광휘는 이따금씩 삶이 우리에게 제공하는 환멸과 권태의 일상을 충분히 견디게 해준다.

- 기욤 뮈소, <구해줘> 중에서...


인간은 앞을 바라보면서 살아야 하지만 자신의 삶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뒤를 돌아봐야 한다.

- S.A. 키에르케고르


사람들이 저지르는 악은 그들이 죽은 후에도 살아남지만 선은 흔히 그들과 함께 땅에 묻힌다.

- 셰익스피어


죽음만큼 확실한 것은 없다. 그리고 죽음의 시간만큼 불확실한 것은 없다.

- 앙브루아즈 파레


이 소설에서 가장 맘에 드는 것은 결말이다. 샘과 줄리에트가 둘 다 죽지 않고 살아남는다는 사실 만으로도 너무 감격스러울 따름이다. 소설을 읽는 내내 결말이 어떻게 될 것인지 정말 줄리에트가 죽을 것인지 아니면 샘이 대신 죽을 것인지 궁금해하고 아무도 죽지 않기를 그들이 끝까지 살기를 바라게 된다. 저자는 그런 독자들의 심리를 꿰뚫고 결말을 해피엔딩으로 매듭지었다. 물론 소설이기 때문에 그래야 독자들이 다음 번 책을 또 읽어줄거라는 기대 때문이었을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옮긴이의 말에서 언급되었지만 조만간 영화로 제작된다고 했는데 과연 누가 샘과 줄리에트의 역을 맡게 될 것인지 궁금하다. 정말 소설 속에서 그려진 것과 같은 배우들이 있을까? 혹시 그들의 연기로 말미암아 소설에서 느꼈던 느낌들이 훼손되지는 않을까? 하지만 영화를 통해서 수익을 얻어내려면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소설만큼 상세하지 못할 것이란걸 안다. 하지만 기대하게 된다.

샘과 같은 사랑을 하고 싶다. 간절하게...


트랙백  0 , 댓글  0개가 달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