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회를 다녀온지 벌써 일주일이 되어서야 포스트를 남길만한 여유가 생겼다. 아니 어쩌면 머리 속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했는지도 모른다.

그토록 혼자서는 안 가리라고 했었지만 결국은 혼자 갈 수 밖에 없었다. 과연 언제 어느 전시회부터 혼자가 아닐 수 있을런지... 하지만 혼자였기 때문에 여유로이 3시간 동안 감상할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이번에도 혼자서 전체적으로 관람을 한 뒤에 도슨트의 설명을 들었다. 역시 그냥 보는 것과 부족하더라도 설명을 듣는 것과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되었다. 도슨트의 설명은 그다지 맘에 들진 않았다. 일단 사람이 많아서 멀리 떨어져서 설명을 들어야 하는데 조그만한 스피커를 들고서 설명하니 귀를 쫑긋 세우고 집중해서 들어야 했기 때문에 좀 준비가 부족하지 않나 싶었다. 물론 공짜로 그림 설명을 해주는 것만으로도 고맙게 생각해야 하는 건지는 모르지만 암튼 아쉬운 건 어쩔 수 없었다.

도슨트가 설명해줘서 알게 되었지만 전세계적으로 르네 마그리트 전시회가 열리는 전시장마다 꾸미는 사람이 이번 전시회도 직접 컨셉을 잡아서 꾸몄다고 한다. 르네 마그리트의 작품들을 커다란 대형 액자와 비슷한 조형물 안에 전시함으로써 르네 마그리트의 작품들 중에서 그림 속의 그림이 있는 것과 같은 맥락으로 보이게끔 꾸몄다는 설명이었다. 솔직히 설명을 듣기 전까지만 해도 그걸 발견하지 못한 것이 좀 아쉬웠다. 나의 관찰력이 둔하기 때문이던가 아니면 의도한 사람이 일부러 느끼지 못하게 해놓은 것인지 아님 실수인지는 잘 모르겠다.

르네 마그리트는 처음부터 끝까지 동일한 장르 내지는 화풍의 작품을 만든게 아니라 시기별로 분명한 차이가 있어서 그런지 좀 더 색다른 느낌이었다. 대개는 그런 시기 구분이 뚜렷하지 않았던 것 같기 때문이다. 여러 작품에서 계속 반복적으로 사용되어지는 자연과 사물 그리고 인물 만으로도 그의 작품의 독특함과 차별성은 굳이 언급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된다.

가장 마음에 와닿았던 작품은 기억이라는 작품인데... 한 여자 석고 두상의 오른쪽 이마 부분에 빨간 물감이 묻혀져 있고 그 옆에 장미꽃이 놓여져 있으며 뒤에는 하늘 배경인 작품... 작품을 만들고 나서 제목을 붙였는지 제목을 먼저 생각하고 나서 작품을 만들었는지 모르지만 정말 제목 그 자체를 가장 훌륭하게 설명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누군가 지나가면서 어린 아이에게 설명하기를 '정말 아픈 기억인가 보다'라고 했는데 속으로 얼마나 웃었는지 모른다.

작품 제목에 대한 마그리트의 생각은 제목이 작품을 설명한다든지 제목에다가 작품을 맞추는 게 아니라 제목과 작품이 하나가 되어서 서로 작품을 완성하는 것이라고 했다고 한다. 바로 그런 점이 마그리트 작품이 갖고 있는 매력이 아닌가 싶다. 과거 바로크, 자연주의, 인상주의, 후기 인상주의 작품들에서는 색깔이나 빛 그리고 사물을 어떻게 표현하느냐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면 마그리트의 작품과 같은 초현실주의 작품은 어떻게 표현하느냐보다는 무얼 표현하고 무얼 담고 있느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 전시회를 위해서 읽었던 진중관의 미학 오디세이 2를 읽으면서도 느꼈던 것이지만 작가가 그림 내지는 작품을 통해서 전달하고자 하는 메세지를 읽는 것도 중요하지만 마그리트는 자신이 작품을 통해서 무엇을 전달하기 보다는 사람들이 작품을 보고 어떤 것을 생각하는지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을까 싶다. 또 그것을 원했던 것 같다. 똑같은 이미지들을 자신의 작품 속에서 반복적으로 등장시키지만 각각의 작품 속에서 다른 의미를 지니도록 하는 마치 마술처럼 그는 작품을 만들었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그렇다고 속임수를 쓴다거나 의도적으로 그렇게 만들었다는 것은 아니다.

르네 마그리트 외에도 초현실주의 작가들의 전시회가 종종 열렸으면 하는 기대를 품게 만드는 전시회였다. 비록 그들이 작품을 통해서 무엇을 말하려고 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해도 그들의 작품들을 통해서 세상을 보는 눈이 좀 더 다양해지기를 바라기 때문인 듯 싶다.

마지막으로 그가 필름을 통해서 또 무언가 표현하려고 했던 노력들을 보면서 그리고 한 여자만을 사랑하며 그 여자가 원하는 대로 하려고 노력했던 그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면서 빨리 나도 여자를 만나고 싶은 마음이 더 커졌던 전시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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