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 고흐에서 피카소까지

'반 고흐에서 피카소까지'라는 조금은 어울리지 않는 듯한 타이틀로 한가람 미술관에서 전시중인 클리브랜드 미술관 소장품 전시회는 인상주의부터 초현실주의까지 폭넓은 작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솔직히 클리브랜드 미술관이 어디에 있는 지조차 모르고 있었는데 이번 전시회를 통해서 알게 되었다.

인상주의, 후기 인상주의, 20세기 아방가르드 그리고 북 유럽과 영국의 모더니즘 작품 등을 통해서 그 차이점을 분명하게 느낄 수 있는 전시회이고 이번 전시회의 특징 중에 하나는 로댕의 조각품들이 대량 전시되고 있다는 점이다. 그동안 사진으로 볼 수 밖에 없었던 유명한 '생각하는 사람'을 실물로 보니 정말 그 차이를 분명히 느낄 수 있었으며 로댕의 시도가 얼마나 큰 의미를 갖는지 알 수 있었다. 생각했던 것보다 크기가 작아서 모조품이 아닌가 싶었는데 사람들의 요구에 의해 여러 크기의 조각품을 만들었다고 한다. 어쨌든 로댕의 조각품들을 보면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가 모델로 삼았던 대상의 몸동작이 그대로 생생하게 표현되어 있다. 과연 어떤 마음으로 작품을 만들었는지 알 수 있을 것 같다.

인상주의의 대표 화가 르누아르, 모네, 고흐, 세잔, 마네, 고갱 뿐 아니라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그 시대의 화풍을 제대로 소화해낸 화가들의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다. 그리고 20세기 아방가르드를 대표하는 마티스와 피카소의 작품을 비롯하여 동시대 작가들의 기발한 상상력과 표현력을 감상할 수 있으며 마지막으로 북유럽의 빛이라고 명명한 작가들의 작품들을 통해서 또 다른 느낌의 작품들을 접할 수 있다.

가급적 주말 관람은 피하는 게 좋지만 직장인으로서 어쩔 수 없다면 오전에 일찍 전시장을 방문하는 게 작품을 여유롭게 감상할 수 있을 것 같다. 방학 시즌인데다가 워낙 유명한 작품들이 전시되는 관계로 학생들을 비롯하여 학부모들이 정말 많기 때문이다. 그리고 1월 12일까지는 초등학생 이하 무료입장이므로 그 이후에 관람하는 것도 좋을 듯 싶다.

안타깝게도 대기사람이 많아서 오디오 가이드는 사용해보지 못했는데 시간적인 여유가 있고 작품 설명을 듣고 싶다면 대여하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오디오 가이드든 도슨트의 설명이든 일단 작품을 혼자서 감상해보고 들어보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설명을 듣고 나서 작품을 보는 것과 그냥 보는 것은 큰 차이가 있을테니 말이다.
도슨트의 설명은 들어볼 만하다. 단지 학생만을 대상으로 하는 설명은 아닌 듯 하다. 원래 작품 감상이라는 게 주관적인 것이긴 하지만 해당 분야의 전문가(확실하지 않음, 단지 미술사를 전공하는 학생일지도ㅋ)의 의견을 들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특정 화가의 전시회가 어려운 것은 아마도 여러 군데 흩어져있는 작품들을 끌어모으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때문에 특정 미술관의 작품을 일부 공수해서 전시회 주제를 정하고 오픈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은데... 이제는 더이상 인상주의 작품은 벗어났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물론 아직도 보지 못한 인상주의 작품들이 많지만 좀 더 폭넓은 전시 관람의 기회를 만들어 주었으면 한다. 어쩌면 그 시대의 작품들이 아니면 관람객 동원이 어렵기 때문일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한가람 미술관 1층에서 1월 31일까지 전시중인 1950-60년대 한국미술 - 서양화 동인전 입구의 한산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과연 반 고흐에서 피카소까지 전시회를 통해서 눈이 높아져서 일까? 잠시 도록을 살펴보았는데 안타깝게도 딱히 들어가보고 싶은 강력한 충동을 느끼게 하는 작품이 눈에 띄지는 않았다. 입장료 3,000원과 13,000원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사람들의 발길은 비싼 곳으로 흘러가는 이유는 무엇일까 잠시 고민을 해보았다. 그것은 아마도 리사이틀 홀에서 펼쳐지는 음악회와 콘서트 홀에서 연주되는 음악회의 차이와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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